산업혁명은 1884년에 출판된 토인비(A. Toynbee)의 ‘18세기 영국 산업혁명 강의’책에서 처음 소개된 용어로, 1760~1830년에 일어난 ‘근대경제사회로의 급격한 역사적 전환과정’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하였다. 즉,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혁신에 의해 사회, 경제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졌고, 그것이 확산되어 전 세계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토인비가 말한 바와 같이 격변적이고 격렬한 현상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시작하여 온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기술혁신의 과정’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즉, 산업혁명은 점진적으로 지역에 확산되었으며 경제지표추이도 서서히 증가했다는 분석결과가 소개되며 이러한 조절이론이 좀더 설득력을 얻는 형국이다. 조절이론은 1970년 이후에 프랑스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졌고, ‘조절(Regulation)’이라는 용어를 개념화한 학자는 아글리에타(M. Aglietta)로 그는 ‘자본주의의 조절과 위기’라는 저서에서 이론화를 시도하였다.
오늘날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연구자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되어 오고 있다.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현 시대를 3차 산업혁명 단계라는 의견과 독일과 같이 4차 산업혁명단계라고 주장하는 그룹도 있다. 이와는 다르게 콘트라티예프의 장기파동 원인을 기술혁신으로 해석한 슘페터를 추종하는 신슘페터주의(Neo-Schumpetarian) 경제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를 장기파동의 주기로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콘드라티예프 제1파동인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현 시점을 1990년대부터 시작된 제5파동이 진행 중인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그의 잘 알려진 저서 ‘3차 산업혁명’에서 산업혁명은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가 결합되었을 때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현 시대를 3차 산업혁명의 시기로 보고 있다. 산업 시대 초기에 석탄과 증기 기관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마련했듯이 이제 대체/재생 에너지가 기존의 경제, 정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산업혁명 이후의 단계와 시기가 다양한 형태로 소개되고 있으나, 현 시대가 ICT혁신에 의해 총체적으로 산업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하는 견해에는 모두 일치하고 있다.
산업혁명의 전개과정은 대부분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발표되는데, 이렇게 독일의 경우처럼 산/학/연이 국가적으로 나서서 산업혁명단계를 시대적 흐름에 따라 논리적으로 정리한 것은 처음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기술혁신이 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그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국가가 세계경제를 주도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한 그러한 주도권은 일정한 주기와 방향성을 갖고 순회하는데, 그 방향성이란 미국주도하에 일본, 중국, 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큰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입장에서 그러한 흐름을 믿고 싶지 않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기술적인 강점과 ICT를 접목해 독일 중심으로 흐름을 바꾸고자 원했을 것이다. 그러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고, 그 대안으로 의미 있는 명칭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자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조혁신 프로그램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산업혁명을 4단계로 구분해서 정리하였다. 즉, 현 단계를 4단계로 보고 있으며 인더스트리 4.0이라 명명하고 있다. 독일의 경제주도를 위한 집념과 범 국가적인 노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인더스트리 4.0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스마트팩토리는 ICT를 기반으로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점에서 기업이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미래 생존여부가 결정될 것이며, 점차 변화의 속도도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의 비중이 높고, 독일의 산업환경과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인더스트리 4.0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와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막연히 세계적인 추세나 독일이 주도하고 있는 그림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한국의 경제 현실, 기업이 처해 있는 본질적인 고민, 기술 수준에 합당한 방식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특히 그 동안 한국기업의 경쟁력제고를 위해 추진해왔던 제조혁신의 과정을 무시하고 ICT위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은, 자칫 낭비를 자동화 하는 우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 자체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ICT의 활용이 이루어지고, 중/장기적으로 관련 핵심기술의 도입과 기술표준을 점차적으로 적용하여 기업간 수평적으로 통합해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궁극적으로는 가치사슬로 연계된 기업들간의 디지털 정보의 소통과 최적화를 통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한국린시그마센터에서는 그 동안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자사 고유의 생산방식(XPS: X(자사고유의), Production System)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지속적으로 XPS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실제 기업은 주요 KPI가 향상되고, 경쟁력에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경험 했다. XPS에는 인더스트리 4.0에서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시스템들이 다루어 지고 있으며, ICT를 통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유지관리 프로세스가 작동한다면 평가에 반영되게 되어 있다. 개념적으로 인더스트리 4.0이 공장의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막상 추진하려고 하면 막연하다는 업체가 많다. 따라서 XPS와 인더스트리 4.0을 접목해서 추진하는 방법론이 현실적인 해결책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지속 가능한 제조혁신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